시사칼럼

의대 증원과 관련된 솔직한 단상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상충)

함운상 2024. 2. 13. 20:23

 

1. 요약

의대 입학 정원 확대는 지방의료 개선이나 바이탈 등 비인기과 살리기가 아니다.

의사 기득권 해체와 신분제 철폐를 향한 한 걸음이라고 볼 수 있다. 

 

겉으로는 의대 증원 찬성 입장이나, 반대 입장 모두 번지르르한 말들을 한다. 

하지만 본질은 신분제 철폐를 향한 일반 국민들의 일보 전진이기 때문에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읽힌다.

 

 

2. 의사 입장

의사들은 말한다.

의대 증원을 할 때가 아니라, 지방의료를 살려야 한다고.

또 비선호 필수과들, 수가 조절 못해서 돈 안되는 분야 수가를 조절해야한다고.

아울러, 의료는 일반 재화와 달리 공급이 늘어나면 수요가 같이 늘어나므로

국민건강보험 재정약화에 더욱 기여될 것이라고 염려한다. 

 

의사들이 문제를 지적하는 점은 정확하다. 그런데 본질을 자꾸 회피한다. 

수가도 조절하고, 건강보험 재정도 탄탄히 할 수 있도록 수가제도 개편하고

의사 정원'도' 늘려서  의사나 병원 몫으로 가는 것을 감액 또는 현실화 하면

국민 전체 측면에서 더 이득 아닌가?

 

의사들이 한 치도 양보를 하고싶지 않으니까

정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수가만 조절하라고 얘기한다.

의사 정원도 늘리고 수가도 조절하면 되지 않은가. 

 

의사 정원을 늘리지 않고 수가만 조절하면 

마법같이 지방의료와 비필수과가 전부 회복되나? 

의사 정원'도' 늘리는 측면으로 보면 되는 것이 아닌가. 

 

 

 

3. 의대 증원 찬성 입장

의사 공급이 늘어난다고 지방의료와 바이탈이 살아날 것이라는

찬성측 입장도 겉만 번지르르한 주장이다. 

기득권 해체는 너무 민낯이긴한데, 그 민낯을 마주할 자신이 없기도하고

국민 대다수가 그 부분을 제대로 이해할 수도 없기 때문에

국민들 눈높이 수준에 맞추어서 이야기하는 슬로건일 뿐이다. 

핵심은 기득권 해체와 신분제 철폐다. 

 

나라가 망가질 지경에 이르렀다. 

의대 입결과 의대 입시를 위한 사교육이 과열을 넘어섰다.

의사들만 고유하게 갖고있는 각종 특권과 혜택들이

곪고 곪아서 이 지경에 이르렀다. 

이 세상에 저절로 그냥 되는 것은 없다. 

곪고 곪았기 때문에 의대 정원이 증가하는 것이다. 

 

 

4.  박탈감

한 편 자유 시장경제를 중요시하고

자본주의를 지지하며, 엘리트주의와 실력주의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의대의 기득권 해체는 다소 상반된, 즉 모순된 입장이기도하다. 

개인이 노력해서 일군 성취를 다수의 힘으로 강탈하는 모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기득권 박탈감은 늘상 있던 일이다. 

 

교대 입결이 절정인 시절 교사가 된 초등교사의 현재 박탈감은 어떠할까

한의대 입결이 절정인 시절에 한의사가 됐는데, 유사과학 '한무당' 소리 들으면 어떨까

행정고시 합격했는데, 대기업 대비 박살난 일부 처우는 어떠할까

의약분업 전 빵빵한 권력의 약사와, 로스쿨 이전의 사시출신 변호사가 느끼는 박탈감은?

일반 대기업에 취업한 명문대생들도 산업 사이클을 못읽으면

가만히 앉아서 낭패당하기 십상이다. 조선업이 그랬고, 건설업이 그랬으며

요즘은 부실IT스타트업들이 그러하다. 

 

언제나 박탈감은 존재해왔다. 

(위 박탈감 예시는 끝도 없이 들 수 있다.)

 

이번은 의사 차례일뿐이다. 

국민 대중 정서가 봐주고 봐주고 지켜보다가 이 지경에 왔다고 본다. 

빼앗고 싶은 사람의 심리도 

뺏기기 싫은 사람의 심리도 오묘하다.

 

다만, 남 잘되는 꼴 배 아파하는 국민성 때문에

고인물이 매번 적당히 순환되어서(기득권 해체, 박탈감...)

이정도 발전도 이룬게 아닌가 상상도 해본다.

 

5.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상충

이 지점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상충점이다. 

 

실력을 우대하고 엘리트들이 대우받는 나라가 발전한다. 

자유가 보장되어야하고, 잘난 사람들은 잘나갈 기회를 줘야한다. 

 

그런 맥락에서 전국에서 가장 똑똑한 의사를 공격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 에 대해서 오묘한 느낌이 든다. 

 

원래부터 자본주의를 혐오하던 사람들은 맥락이 같아서 괴리감이 없지만

자본주의를 지지하고, 엘리트를 인정하는 사람들은 묘한 상충의 느낌이 있다.

 

뭐랄까. 

나쁘게 말하면 남 잘되는 꼴을 못보고, 나만 잘되고 싶은 고약한 심보일 수 있으나

태생적으로 경제적 자본주의와, 정치적 민주주의를 채택한 나라의 딜레마일 뿐이다. 

 

돈. 자본. 이것들이 민주주의를 방해한다. 

 

민주주의의 기본이념에 자유와 평등이 있다. 

그런데 돈과 자본때문에 자유하지 못하고, 평등하지 못한다. 

돈 때문에 서열이 생기고, 돈 때문에 신분이 생긴다. 

 

자본주의를 좋아하지만, 신분제는 반대한다. 

이게 어려운 지점이다. 

 

모난 돌이 정맞는다는 표현이 있다. 

의사는 직업이 아니라 신분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시점에 이르렀기에

신분제 철폐를 위한 대중적인 의식의 흐름이 의대 증원을 낳았다. 

 

 

 

6.  의사들에게 당부

 

의사들도 하나만큼은 알아야한다. 

본인들이 속한 직업군과 집단이

본인들 스스로 느끼는 것 보다 사회적 지위가 더 높으며

훨씬 훨씬 더 기득권이라는 것. 

 

본인들 스스로는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서 약자 입장도 있겠지만

메타인지를 발휘해서 스스로의 사회적 시선을 의식해야한다. 

 

본인이 스스로 느끼는 수준의 기득권보다 훨씬 더 압도적인 기득권을 가졌기 때문에

대중들은 의사들이 마땅히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과 강한자의 면모를 보여주길 바란다. 

(권위나 기득권은 '팩트'라든지 '실제상황'이 중요한게 아니다.

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믿거나', 그렇게 '여기는 것'에서 힘이 나온다.

사이비 교주들을 생각하면 알 수 있다. 그들에게 '실제적인' 어떤 뭐가 있나?

무형인 신도들의 '믿음'이 곧 권위이자 파워다. 의사들의 기득권도 마찬가지란 말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포로로 삼아서 

지금처럼 절대 다수 국민들을 협박하는 모양을 보여서는 안된다.

일반 국민들은 더 실망하고 더 돌아설 수 밖에 없다. 

 

아. 그리고

의대 정원 2천명 증가한다고해서

의사 기득권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로스쿨 이전의 변호사와 현재의 변호사 수준 정도의 차이이지 않을까?

 

로스쿨 도입 이후, 사내변호사도 늘었고, 국선변호인도 경쟁이 붙는단다. 

의사가 많아져서, 대기업 등에서 사내의사도 채용하고, 공중보건의도 늘어나면

국민 모두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으니 좋은 것 아닌가?

 

의사는 대기업 등에 채용되면 안되는 특수한 신분인가?

 

여전히 학창시절 천재소리 듣던 의사인 자기 신분은 고귀하고 고결하여 

대형병원 자본가나, 동료의사가 아닌 누구에게도 채용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이번 의대 증원 및 앞으로 지속될 AI의사와의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을까. 

대중은 거스를 수 없고, 그 속에서 기회를 찾아야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적 성취(재벌...)를 낸 사람들도 국가의 세금(상속세 등...)으로 철퇴를 맞는다.

직업적 성취가 웬만한 자본적 성취를 넘어서는 것은 이미 그 서열에서 잘못되었다. 미 남들보다 한 참 앞서 간 의사 신분으로, 빨리 자본적 성취를 이루시기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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